적층제조 SW, 생산·반복성 향상 위한 데이터 처리 및 공정 운영 완성도 좌우
◇연재순서
1)전시회 총괄평가
2)금속 적층제조 동향
3)적층제조 서비스 동향
4)적층제조 SW 동향
단순 변환 도구 아닌 설계 및 제조 초점, 경량화·기능성 요구 부품 적용 확대
AI·자동화 적용해 공정 준비 속도·품질↑, 설계·데이터·공정 준비 통합화
▲ 자이브솔루션즈 백정민 차장이 CoreTechnologie의 적층제조 SW ‘4D Additive’를 TCT 아시아 참관단에게 소개하고 있다.(출처:신소재경제)이번 TCT 아시아 2026을 참관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적층제조 산업의 경쟁 기준이 예전과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예전에는 출력 속도, 장비 크기, 정밀도, 레이저 개수처럼 장비 사양이 먼저 비교됐다. 지금도 물론 그런 요소는 중요하다.
다만 이번 전시회에서는 장비 성능만으로는 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어떤 데이터를 가지고 공정을 준비하는지, 설계와 생산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같은 장비라도 작업 준비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지가 결과 차이를 만드는 요소로 부각되고 있었다.
장비 못지 않게 공정 준비와 데이터 처리의 중요성이 더 선명해졌다는 대목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적층제조 시장에서 이 영역의 비중은 예전부터 컸다.
Materialise社의 소프트웨어 Magics가 시장에서 사실상 표준처럼 자리 잡던 시기만 봐도 그렇다. 3D 모델의 표면을 삼각형 메시(mesh)에 의해 표현하는 STL(Standard Triangulated Language) 파일의 수정, Repair, 서포트(Support) 생성, 출력 준비(Build Preparation) 같은 작업은 오래전부터 출력 품질과 작업 효율을 좌우하는 핵심 영역이었고, 현장에서는 장비만큼이나 이런 기능의 중요성이 크게 받아들여져 왔다.
이번 전시회에서 확인한 변화 역시 소프트웨어가 새삼 중요해졌다기보다, 기존에 맡고 있던 역할의 폭이 더 넓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시회를 돌아보며 본 여러 적층제조 소프트웨어도 그런 분위기를 잘 보여줬다. 겉으로는 모두 출력 전에 데이터를 수정하고 준비하는 용도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어디에 무게를 두는지가 조금씩 달랐다.
Magics는 여전히 산업 현장에서 강한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STL 기반 실무에서 강한 건 물론이고, CAD와 mesh 데이터를 함께 다루면서 Build preparation, 최적배치(Nesting), Support 생성, 자동화 기능까지 안정적으로 묶어내는 구성이 강했다. 최근에는 생산 준비를 넘어 공정 관리까지 연결하려는 방향도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났다.
▲ Voxel Dance는 Part 배치, Nesting, Support, 슬라이싱(Slicing) 같은 준비 작업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소개했다.(출처:자이브솔루션즈)
반면 중국 Voxel Dance社의 소프트웨어 Voxel Dance는 Part 배치, Nesting, Support, 슬라이싱(Slicing) 같은 준비 작업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가져가도록 정리된 점이 눈에 띄었고, 메뉴 구성과 작업 흐름도 복잡하지 않아 현장에서 바로 이해하고 적용하기에 부담이 적어 보였다.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출력 준비 과정을 비교적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정리한 점은 분명한 장점이었다.
최근 시장에서 Voxel Dance가 자주 언급되는 이유도 이런 실용성에서 찾을 수 있을 듯했다. 적층제조 실무를 하다 보면 설계할 때 보던 데이터와 출력 준비 단계에서 쓰는 데이터가 생각보다 다르게 느껴질 때가 많다. 설계에서는 분명히 살아 있던 정보가 변환 과정에서 단순해지기도 하고, 수정이 필요하면 다시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형상이 복잡하거나 내부 구조가 중요한 부품일수록 이런 문제는 더 크게 느껴진다. 예전에는 어느 정도 감수하고 넘어갔던 일이었지만, 이제는 이 차이가 공정 효율과 반복성 자체를 좌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 적층제조 SW인 ‘4D Additive’는 STL·SETP 모델에 AI 기반으로 기능성 표면을 설계하는 자동 텍스처 기능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쿠션과 통기성이 우수한 신발 미드솔, 경량 자동차 부품, 열 방출이 우수한 항공우주 부품 등 기능성 부품을 적층할 수 있다.(출처:자이브솔루션즈)그런 점에서 독일·프랑스 소프트웨어 기업인 CoreTechnologie의 적층제조 소프트웨어 ‘4D Additive’는 다른 제품들과 결이 조금 달랐다. 단순히 다양한 CAD 데이터를 직접 읽는 데 그치지 않고, Nesting, 배치 방향(Orientation), Support 생성, 격자 구조(Lattice) 설계까지 준비 과정이 하나의 연결된 작업처럼 이어지는 구성이 돋보였다.
다시 말해, CAD 확장자를 폭넓게 지원하는 도구라기보다, 설계 데이터의 정확도를 최대한 유지한 채 제조 준비 단계까지 자연스럽게 연결하려는 방향성이 분명했다. 단순히 변환 도구보다 설계와 제조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셈이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한 제품만 특별하고 나머지는 단순하다고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전시회를 보면서 느낀 것은, 주요 업체들이 모두 자기 방식대로 기능을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Magics는 오랜 산업 표준답게 안정성과 범용성이 강했고, Voxel Dance는 빠르고 실용적인 생산 준비 역량이 돋보였고, 4D Additive는 데이터 연결성과 설계 연속성을 좀 더 앞세우고 있었다. 결국 차이는 기능의 유무보다 무엇을 더 우선에 두는지에서 갈렸다.
여기서 빼놓기 어려운 부분이 패턴(Pattern)이나 Lattice 같은 기능이다. 이건 단순히 보기 좋은 구조를 만드는 옵션 정도로 보면 아쉽다. 이제 적층제조 산업은 외형만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내부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까지 같이 가는 단계이고, 무게를 줄이면서 필요한 강도나 성능을 확보해야 하는 부품에서는 이런 기능이 실제 경쟁력과 바로 연결된다.
항공우주나 의료, 산업용 부품처럼 경량화와 성능 확보를 함께 봐야 하는 분야에서는 더 그렇다. 최근에는 이런 기능이 별도의 설계 영역에 머무르기보다, 실제 공정 준비 단계와 더 밀접하게 연결되며 한 플랫폼 안에서 함께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자동화와 AI 기능 역시 이번 전시회에서 꽤 현실적으로 다가온 부분이었다. 예전에는 Nesting이나 Part 배치, Support 생성 같은 작업이 작업자 경험에 많이 의존했다. 같은 부품이라도 누가 배치하느냐에 따라 공간 활용이 달라졌고, Support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후처리 부담이나 품질 차이도 생겼다.
그런데 최근에는 공정 준비 단계 자체를 빠르게 자동화 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었다. Auto Nesting, Auto Support, 출력 전 검토 같은 기능은 이제 단순히 편의 요소가 아니라 생산성과 원가, 납기와도 바로 연결되는 항목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이 부분 역시 예전부터 관련 툴이 담당해오던 영역이다. 다만 예전에는 사람이 손으로 다듬는 비중이 훨씬 컸다면, 지금은 시스템이 더 많은 판단을 대신하거나 보조하기 시작했다는 차이가 있다. 즉, 새롭게 생긴 변화라기보다 원래 맡고 있던 역할이 자동화와 AI를 만나면서 한층 넓어지고 있는 셈이다.
시제품 단계에서는 어느 정도 손이 많이 가는 작업도 감수할 수 있지만, 생산 단계에서는 같은 부품을 반복해서 안정적으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정 준비부터 표준화되고 자동화돼야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바로 그 지점이 훨씬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파일 형식에 대한 부분도 비슷하다. STL은 여전히 가장 익숙하고 많이 쓰이는 형식이고 앞으로도 한동안 중요한 위치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CAD 데이터와 STEP 파일(서로 다른 CAD 시스템 간에 3D 설계 데이터를 교환하기 위한 국제 표준 파일) 흐름은 설계 의도와 형상 정보를 더 잘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조 수준이 높아질수록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도 주요 소프트웨어들이 CAD와 mesh를 함께 다루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을 보면, 앞으로의 적층제조 산업은 STL이냐 STEP이냐 하나만 고르는 쪽이라기보다 목적과 작업 수준에 따라 둘 다 활용하면서 더 정교한 데이터 운영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마지막으로 참관단과 함께 여러 부스를 직접 둘러보며 느낀 것은 이 분야에서 소프트웨어가 맡는 역할이 예전보다 훨씬 넓어졌다는 것이었다. 더 빠르고, 더 정밀하고, 더 크게 만드는 경쟁은 계속되겠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그 기술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반복 적용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적층제조에서 장비와 소재가 기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TCT 아시아에서는 소프트웨어가 출력 준비를 넘어 데이터 처리와 공정 운영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요소로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Magics, Voxel Dance, 4D Additive를 비롯한 여러 제품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런 변화를 보여주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어느 한 제품의 우위보다는 산업 전체가 설계와 데이터, 공정 준비를 함께 보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있다.